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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시작은 11년 전에 처음 떠오른 한 이미지였어요. 죽은 사람들이 말뚝이 되어 바다에 박혀 있는 장면이 떠올랐죠. 자기 몫이 없는 사람들, 이름이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 돌아오는 모습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다에 꽂혀 있던 정체불명의 말뚝들이 하나둘 도시에 나타난다. 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담당하는 평범한 직장인 장도 예고 없이 등장한 말뚝과 마주한다. 그것이 어떻게 바다바이오테마
에서 도시로, 장이 일하는 회사 로비로 이동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김홍(39) 작가의 장편소설 '말뚝들'은 이런 기이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김 작가는 19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창작 과정과 수상 소감을 들려줬다.
'말뚝들'의 출발은 2014년 9월 1황금성잭팟
4일 김 작가가 떠올린 이미지였다.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 김 작가는 메모 애플리케이션에 이날의 기억을 이렇게 써뒀다고 한다. "거꾸로 박혀 있는 사람들의 말뚝." 작가는 이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년 하반기 집필을 시작했다.
김 작가는 "말뚝이 됐던 사람들이 세상에 돌아오면 치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작품을 쓰고 있었는데, 그러KG케미칼 주식
던 중 12·3 계엄 사태가 벌어졌다"며 "치안이 '강제'가 된 이 현실에 올라타서 (소설을) 쓸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에서 말뚝들이 도시 곳곳에 나타나자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는 모습은 작년 말 현실에서 공포된 비상계엄령을 연상케 한다. 소설과 현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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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말뚝들' 표지 이미지 [한겨레출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설은 직장인 장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장은 출근길 괴한들에게 붙잡혀 복면이 씌워진 채 자기 차 트렁크에 24시간 동안 갇혔다가 풀려난다. 차는 강화도의 외딴곳에 세워져 있고, 알라딘온라인릴게임
경찰에 신고했으나 단서가 거의 없어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설상가상으로 장은 과거 단짝이었던 친구 태이가 1년 전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출 심사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감사를 받는다. 이처럼 장의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한 순간 회사 로비에 말뚝이 나타나고, 어째선지 말뚝을 본 장과 동료 직원들은 눈물을 흘린다.
소설에서 말뚝들은 예전부터 바다에 꽂혀 있던 존재였고,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존재다. 사람이 죽어서 말뚝이 되어 서 있다는 사실인지 괴담인지 모를 이야기가 떠돌 뿐이었다.
말뚝들이 도시에 나타나면서 차츰 그 정체와 슬픈 사연이 드러난다. 제련소에서 유독물질에 중독돼 죽은 외국인 노동자, 나흘째 잠을 못 자고 운전하다가 인도를 덮친 택배 노동자, 그 차에 받혀 숨진 어린이 등이 말뚝의 정체였다.
강화길 작가는 추천사에서 "황당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 리드미컬하게 전개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칭찬했다. 그 말처럼 '말뚝들'은 다양한 이야기가 한데 얽혀 한두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김 작가는 "제가 좋아하는 문학이 늘 경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던 것들이었다"며 "그래서인지 저도 경로에서 벗어난 소설을 주로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김홍 장편소설 '말뚝들'로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홍 작가. [한겨레출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상자로서 김 작가는 엇갈리는 반응도 즐기고 있다.
그는 "수상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김홍처럼 문단에서 독보적인 작가가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면 신인 자리를 뺏어가는 것'이라는 글이 있었다"며 "그런데 댓글에는 '김홍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사람 또는 물건)이라 받아도 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글과 댓글을 읽고 '아, 나는 '독보적'과 '듣보잡' 사이에 있는 사람인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소설가 데뷔 전 기자로 일했던 김 작가는 기발한 설정과 엉뚱한 상상력, 사회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내 호평받고 있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가로 데뷔한 김 작가는 장편소설 '스모킹 오레오', '엉엉', '프라이스 킹!!!' 등을 펴냈다.
김 작가는 "저는 언제나 시의성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사회 문제나 시사에 관심이 많아서 소설에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장편과 단편 모두 써야 할 것들도 있고 계속 쓰고 있는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작가가 되기 전에 직업기술학교를 잠깐 다녔는데, 미생물의 부산물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배웠다"며 "그때 알게 된 것들을 소재로 단편소설을 쓰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한겨레문학상은 30회째를 맞이했다. 작년까지 3천만원이었던 상금을 올해 5천만원으로 올렸다.
한겨레출판. 312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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