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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조선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선열 중 '삼백'이라 불리는 '특별한' 이들이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을 지내고 해방 뒤에도 민족의 통일을 위해 힘쓴 백범 김구 선생, 청산리 대첩의 주역이자 만주 독립운동 지도자로 활약했던 백야 김좌진 장군이 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사람, 백산 안희제 선생은 대중에게는 덜 알려져 왔다. 일제의 감시를 피해 산업 활동을 하고 그 결과로 만든 자금을 임시정부에 제공한 그의 족적과 업적은 결코 작지 않다. 교육자, 민족기업가, 조직가, 언론인으로서 독립운동의 자금 확보, 인재 확보, 조직 관리를 모두 책임진 입체적 지도자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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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으로 가는 길



경상남도 지정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경남 의령군 부림면 안희제 생가.


안희제 선생은 1885년 8월 4일 경남 의령군 부림면 입산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친척인황금성갈가리
안익제에게 한문을 수학하고 서울로 올라와 보성전문학교와 양정의숙 경제과에서 신학문을 익혔다. 특히 같은 경상도 출신 학생들과 '교남학우회'를 결성해 평의원으로 참가, 애국계몽운동의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뛰었다.
졸업 후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교육이 민족의 힘'이라는 신념으로 1907년 부산 구포에 구명학교를, 1908년 의령에 의신학교,포트폴리오투자
창원 입산동에 창남학교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자신과 문중의 재산을 아낌없이 투입하며 민족 교육에 헌신했다. 그는 교장까지 맡아 인재 양성과 계몽을 진두지휘했다.
신학문의 대중화와 민족 계몽을 넘어 안희제는 비밀결사 운동에도 앞장섰다. 1909년 10월 동래에서 영남 지역 청년들을 모아 '대동청년단'을 꾸려 부단장을 맡았다. 이 단체는 현대건설정보
훗날 신민회 인사들과 연계해 항일 독립운동의 밀알이 되는 조직 중 하나였다. 같은 해에는 지방을 돌며 애국 사상과 사회 발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강연을 했다.
1910년 경술국치 직후 안희제는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다고 보고 만주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한다. 이곳에서 안창호, 이갑, 신채호, 이동휘 등 해외 독립운동야마토3
지도자들과 국권 회복의 길을 찾았다. 특히 안희제는 해외 한인 거점과 국내외를 잇는 연락·자금망 구축이 왜 필요한지를 깨달았다.

상업과 산업으로 독립운동 길을 열다



1970년대 촬영한 백산상회가 있던 건물 모습. 독립기념관 제공


안희제의 독립운동은 '백산상회'에서 꽃을 피운다. 그는 1914년 이유석, 추한식 등과 부산에 백산상회를 차린다. 고향 의령의 전답 2,000 두락을 팔아 마련한 자본금이 씨앗이 됐다. 독립운동과 구국운동도 경제적으로 탄탄하게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백산상회는 겉으로는 '상회'의 역할에 충실했다. 곡물과 해산물, 면포 등을 팔았다. 하지만 이는 위장이었다. 백산상회는 곧 서울·인천·대구·원산 등 국내 및 만주, 봉천 등 중국 각지에 지점과 연락 사무소를 세우며 영남의 이름난 부자들이 참여한 민족 기업으로 자랐다. 상회라면 전국 각지의 물건 가격 등 정보를 모아 영리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이용해 전국적 비밀 연락망의 '허브' 역할을 했다.



1919년 3·1운동 이후 백산상회는 '백산무역주식회사'로 확대 개편됐고 자본금은 100만 원에 달했다. 상회 및 주식회사가 번 자금 대부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국내외 항일단체를 돕는 데 쓰였다. 장부에는 적자를 본 이유도 대규모 자금을 비밀리에 독립운동에 투입해서다. 이 과정에서 회사 자산은 빠르게 줄고 몇 년 동안 대주주들은 결손이 날 때마다 자금을 추가로 댔다.
일제의 집요한 감시 속에서도 안희제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봉천, 길림과 상하이 임시정부를 바삐 오갔다. 이 과정에서 대한광복회, 조선국권회복단 등의 조직과 손잡고 국내 18개, 중국 3개 도시의 비밀 연락망을 확장, 임정 연통제(국내외 연락조직)를 도와 자금, 정보, 인재가 끊이지 않는 통로를 짰다. 그는 연통제와 교통국, 지방선전부 등 상하이 임시정부의 핵심 조직과 실무적으로 연결돼 있던 대표적 지도자였다. 하지만 1928년을 전후해 백산무역주식회사는 공식적으로 해산한다. 경영 실패 때문이 아니라 항일운동 자금을 계속 공급한 탓에 수입보다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
1930년대 일제가 더 강하게 탄압하자 안희제는 만주로 다시 망명했다. 당시 발해의 옛 수도 동경성의 땅을 일궈 '발해농장'을 세우고 소작농·실향민 지원과 협동 조합 운동을 동시에 펼쳤다. 이어 발해학교를 세워 청소년과 독립운동자금을 키웠다. 이 시기 국내에서 가능하지 않던 경제·교육 운동을 만주에서 실현, 독립운동의 '현지 기반'과 '인적 인프라'를 갖췄다. 백산상회와 백산무역주식회사로 이루지 못했던 조국 독립의 길을 새로운 해외 항일기지 건설로 바꾼 셈이다.

조국은 안희제를 잊지 않았다



당시 신문에 실렸던 백산상회의 광고. 독립기념관 제공


안희제의 마지막은 비극으로 끝난다. 일제가 1942년 대종교 임오교변 사건을 빌미로 민족종교 지도부를 검거하면서 실질적 리더로 활동했던 안희제도 일제의 마수를 피하지 못했다. 현지 경찰에 체포된 그는 9개월에 걸친 혹독한 고문을 받은 끝에 감옥에서 병보석으로 잠시 석방됐지만 하룻밤을 못 넘기고 1943년 8월 3일 장남의 품에서 운명했다. 그와 함께 잡혀간 대종교 간부 중 10인은 옥중에서 목숨을 잃었고 안희제도 '대종교 순국십현' 중 한 명으로 남았다
해방된 조국은 안희제를 잊을 수 없었다. 정부는 안희제에게 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그가 상업으로, 산업으로 독립운동에 힘썼던 백산상회가 자리했던 부산 용두산 자락에는 그의 호가 붙은 길이 남았다. 그리고 그가 남긴 '사업보국'의 혼도 함께 남았다.

백산 안희제 연보
1885.8.4.
경남 의령군 부림면 입산리 168번지에서 안발(安鑑)과 고성 이씨(固城 李氏) 사이에서 맏아들로 출생
1905
보성전문학교 경제과 입학
1906
양정의숙 경제과로 전학
구명학교 설립(동래 구포, 현재 부산 구포초등학교 전신)
의신학교 설립(의령군 의령면 중동)
1908
창남학교 설립(의령군 부림면 입산리)
교남교육회 평의원
1909
구명학교 교장 취임(2년간 재임)
1909.10.
대동청년단 결성(2대 단장)
1910
양정의숙 경제과 졸업
1911.10.3.
대종교 입교
1911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망명(1차 망명). 안창호·이갑·신채호 등과 조국광복계획 논의
1914
중국을 거쳐 귀국(독립운동 국내연락 책임)
1914. 9.
백산상회 설립
1918
중국 망명 박광·김삼 등과 독립운동 대책 논의(2차 망명)
백산상회 합자회사로 개편
1919. 1.14.
백산상회를 확대 개편, 백산무역주식회사 설립인가
1919. 3.
3.1운동이 일어나자 안준상(安駿相)을 고향인 의령에 파견, 독립선언서를 영남일대에 배포
1919. 8.
조선주조주식회사 설립
1919. 11.
기미육영회 조직
1920.4.1.
동아일보 창립 발기
1920.12.
중국 망명 신성모, 박광 등 독립운동가들과 독립운동대책 협의, 귀국길에 신의주에서 체포(3차 망명)
1926
국외 독립운동기지개척을 위해 동만주일대 시찰(4차 망명)
1927
자력사 설립, 협동조합운동 전개
1929.9.1.
중외일보 사장 취임
1930
전조선수재구제회 조직
1931.10.14.
중앙일보 고문
1933
중국 영안현 동경성 발해농장 경영(5차 망명)
1941. 1. 15.
대종교서적간행회 회장
1942.10.
대종교 천진전건축주비회 총무부장
1942.11.19.
임오교변, 고향에서 신병치료를 위해 요양중 체포. 중국 목단강 경무청에 수감
1943.8.3.
중국 목단강성 영제의원에서 순국
1962.3.1.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
1998. 6.8.
고려대학교 명예학사 학위 수여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