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국내 최초의 부실채권정리기관 출범[서울=뉴시스]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지난 15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본사 3층 캠코마루에서 열린 'CEO 온라인 토크콘서트'에서 3대 경영철학을 발표하고 있다. 2022. 4.6. (사진= 한국자산관리공사 제공)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1997년 1월, 당시 대한민국 재계서열 14위였던 한보그룹이 부도를 선언했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이 연이어 쓰러지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의 연쇄 몰락과 가계파산으로 금융회사의 부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었고, 결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유동성 자금을 지원받는 초유의 'IMF 외환위기' 사태가 시작됐다.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는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단행했다. 내수를 끌어올리겠다는 이유로 카드 관련 규제를 대폭 낮춘 탓에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카드발급이 이뤄졌고, 결국 전국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2002년 말 264만명을 넘어서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그리고 2022년 현재.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코로나19라는 '대재난'에 자영업자들 뿐 아니라 중소기업은 물론, 일부 대기업들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다.IMF, 카드대란과 같은 국가적 위기 때마다 '경제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해온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고 6일 밝혔다.캠코의 전신은 1962년 설립된 성업공사다. 당시 산업은행의 부실채권과 재산 정리라는 한시적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후 단기간 내 산업은행 부실자산을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업무대상을 산업은행에서 일반 금융회사로 확대하며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실자산정리기관으로 성장했다.가계·기업 뿐 아니라 국가경제 '안전판'으로정부는 IMF 당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캠코에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설치했다. 캠코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재원으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2단계에 걸쳐 39조2221억원을 투입해 180여개 금융회사, 총 111조6497억원 규모의 금융회사 부실채권을 인수해 금융시장의 조기 안정과 금융시스템의 원활한 유지를 지원했다. 인수한 금융회사 부실채권은 신속히 정리했고, 그 결과 46조9568억원을 회수해 투입자금 대비 7조7347억원을 초과회수하는 유례없는 기금 운영 성과를 달성했다. 청산과정에서 기금 출연기관에 현물 반환한 1조1411억원을 포함하면 총 회수금은 48조979억원으로, 회수율 122.6%에 달한다.2003년 '카드 대란' 당시엔 신용카드사 부실채권 약 6조4602억원을 인수했다. 이는 카드사에는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융채무 불이행자에게는 신용회복의 기회를 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감소하지 않았고, 결국 채무자에게 장기·저리로 신규 대출을 지원해 기존 채무를 상환하도록 하고, 신용불량 정보를 해제해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가능케 하는 공적 배드뱅크인 '한마음금융'이 캠코에 설치됐다. 전국 약 620여개의 금융회사가 한마음금융을 통한 신규 대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약 6개월 한시적인 운영기간 동안 18만4000건의 대출을 성공적으로 지원했다. 캠코는 공동추심 프로그램 배드뱅크인 '희망모아'도 설립했다. 채무자의 다중채무를 단일 금융회사로 집중해 채무조정을 통해 신용회복을 지원하고, 채무자 입장에서도 개별 추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기회이기도 했다. 희망모아는 2005년부터 매입채권에 대한 지속적인 채무조정 지원으로 2020년 업무 종료시까지 누적 채무조정자수는 총 64만4000여명, 총 약정금액 6조336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공적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2008년 정부가 새롭게 추진한 상시적이고 종합적인 신용회복·서민금융지원 프로그램인 신용회복기금, 2013년 국민행복기금의 운영도 수행했다. 캠코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신용회복 및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통해 약 113만명을 대상으로 9조1000억원 규모의 채무조정을 실시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의 재기를 도왔다. 캠코의 역할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캠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건설부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확산과 저축은행 건전성 제고를 위해 기업구조조정기금을 유치하면서 금융회사 보유 PF대출채권 등 정상화를 추진했다.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캠코는 6개 은행, 106개 저축은행, 기타 제2금융권이 보유한 414개의 PF사업장 관련 채권 약 7조3000억원을 인수, 사업장별 상태에 따른 자율 워크아웃, 매각 진행, 사업 정상화, 보류 등 체계적 관리를 정비했다. 이러한 적극적 채권 관리 노력으로, 투입된 기금 약 6조2000억원 대비 107% 수준인 6조6000억원을 회수하는 성과를 냈다.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해운산업을 돕기 위해 선박매입 프로그램도 시행했다. 캠코는 기금 종료시까지 33척의 선박을 인수하고 재용선 하는 방식으로 해운사 유동성 공급과 영업기반 유지를 지원했다. 당시 설립한 캠코선박운용은 기금 종료 후인 지금도, 캠코 자체 재원을 통한 선박 인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캠코는 정부 국유일반재산을 관리하는 유일한 기관이기도 하다. 최첨단 드론을 활용한 국유 실태조사 실시, 무단점유 국유지 집중 관리 및 대부 계약 체결, 개발 가능성이 있는 재산에 대한 공공개발 등 다양한 관리 방식을 통해 매년 1조원 규모의 국가 재정수입 기여하고 있다.특히 캠코의 공공개발 사업은 저활용 공공재산이나 유휴재산을 대상으로 국가 필요시설과 민관복합건물을 개발해 국가 재정 투입 최소화와 노후·저활용 재산의 가치제고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노후화된 남대문세무서 건물을 재건축한 나라키움 저동빌딩을 시작으로 나라키움 대전센터, 세종국책연구단지, 대학생 기숙사 등 지난해 말까지 총 34건의 국유지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지금도 23건, 총 사업비 7700억의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채권자 중심의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를 통한 투자매칭 지원, 기업지원펀드 및 무수익채권(NPL) 펀드 참여도 확대하고 있다.회생기업에는 회생기업지원금융(DIP)을 지원하고, 회생채권 인수 확대 등을 통해 회생기업의 재기를 적극 지원했다. 동시에 자산매입 후 재임대 프로그램(S&LB), 선박·신조펀드 등 올해에도 85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유동성 위기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지원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개정된 캠코법을 바탕으로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권남주 캠코 사장은 "캠코 창립 60주년을 맞는 중요한 시기에 사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공적 자산관리전문기관인 캠코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며 "경제회복을 위한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100년 캠코'의 기틀을 다지는 원년으로 삼아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