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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열린 '항일(抗日) 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각국 정상들과 함께 텐안먼 성루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2015.9.3/뉴스1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1999년 말 중국이 미국과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당시 한 대기업의 입사면접에서 면접관이 중국의 WTO 가입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물었을 때, 필자는 "뭐 그렇게 큰 영향이 있겠어?"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그러나, 중국의 WTO 가입은 중국이 글로벌 분업구조 속으로 편입하면서 향후 20년 간 글로벌 경제 구조를 개편하는 전환점이 됐다. 당시 대기업 상사·화장품 회사, 대형 할인마트에 합격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중국어 관련 전공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면접을 딱히 잘 본 것도 아니고 질문도 별로 없었는데 합격했으니 말이다.사실 필자뿐 아니라 X세대(1970년대생)는 사회에 진출한 후 중국의 베네핏(혜택)을 적지 않게 누렸다. 2000년 이후 중국 붐이 불면서 많은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했으며 한국은 대중 교역에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누리면서 명실상부한 무역흑자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에 태어난 Y세대 역시 중국의 혜택을 받았다. 2016년 사드사태 발생 전까지 우호적인 한중관계가 지속되면서 중국 매출 증가로 현대차가 성장하는 등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중국 특수를 누렸고 중국 유커 증가로 화장품·면세점 매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그런데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최근에는 상황이 변했다. 중국의 영향력, 그것도 부정적인 영향력이 급증한 반면 중국이 주는 혜택이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MZ세대의 반중감정이 다른 세대보다 심한 점도 수긍이 간다.━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2002년 31%에서 2022년 80%로 상승━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전 세계 19개국의 2만4525명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개국 중 10개국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추이(진한 파란색)/사진=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 캡처한국 역시 응답자 중 무려 80%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하면서 지난 20년래 부정적 인식이 최고점을 찍었다. 20년 전인 2002년에는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한 비중이 31%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은 19개국 중 유일하게 젊은 세대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기성세대보다 높았다. 아무래도 중국과 인접하다 보니 김치·한복 등 문화적 논란으로 2030세대의 반중감정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공행진을 하는 걸 보면 중국이 달라지긴 달라졌을 것 같다. 2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기 시작한 건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하고 나서부터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집권기간(2003~2012년) 중에도 고구려를 둘러싼 '동북공정', 단오절·한자를 둘러싼 문화논쟁으로 인해 반중감정이 확대되는 구간이 있었지만, 한중관계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시진핑 집권 후에도 한중관계가 우호적일 때가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면서 한중관계가 최고점을 찍던 2015년에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37%로 하락했다. 좋기만 하던 한중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 때다. 이때 한국과 중국은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식하며 상대방에 대한 전략적인 평가를 새롭게 내렸다. ━중국 GDP의 미국 대비 비중: 14.5%에서 77.1%까지 추격━



중국에 대한 인식 변화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의 성장과정도 봐야 한다. 2001년 WTO 가입 이후 중국은 한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지속했지만, 경제 규모가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후진타오 집권이 시작된 2003년 미국 대비 중국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겨우 14.5%에 불과했다. 그 후 10년 동안 눈부시게 성장한 중국은 시진핑이 권력을 잡는 2013년 미국 GDP의 56.8%까지 추격했다. 이렇게 성장한 경제력은 시진핑이 덩샤오핑의 외교정책인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를 완전히 폐기하고 대국굴기를 추진할 수 있는 든든한 받침목이 됐다. 2017년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신중국 성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미국을 앞서는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야망을 거침없이 밝혔다. 쫓기는 미국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했다.후진타오 시대의 중국과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다른 이유는 국력 말고도 또 있다.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석학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홀로 선 자본주의'에서 법치주의를 강화하던 후진타오와 달리 시진핑은 부패와의 전쟁을 시도하면서 다른 전략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국가 주도의 국가자본주의가 아닌 자유자본주의로의 움직임으로 해석됐던 후진타오의 법치주의 강화에 비해, 시진핑의 행보는 국가자본주의의 기본적 특징을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이 밖에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보수화됐으며 후진타오 시절보다 폐쇄적으로 변했다. 카카오톡도 중국에서 사용이 어렵고, 복수비자 발급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실명등록한 휴대폰 없이는 위챗 등 중국 어플 사용도 어려워졌다.━"서른, 잔치는 끝났다"…대중 무역흑자도 감소━한중수교 30주년인 지난 8월 24일, 필자가 떠올렸던 건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최영미 시인의 시 제목이다. 앞서 말했듯이 한중수교 이후 한국은 대중 무역흑자를 통해 본격적인 무역흑자국으로 성장했다. 2002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국이 기록한 누적 대중 무역흑자는 6791억 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무역흑자의 88%에 달하는 비중이다. 대중 무역흑자는 2013년 628억 달러로 최고치를 찍은 후에도 한동안 고공행진을 계속했으나 최근 몇 년간 둔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5월부터 3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등 추세가 급변했다. 올해 1~7월 누적 대중 무역흑자도 약 3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급감했다. 한중수교 이후 한국은 1992년에만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1993년부터 2021년까지 29년 연속 대중 무역흑자를 유지해왔다. 대중 무역흑자 감소에는 중국 경기둔화, 주력 수출 품목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특히 올해는 대중교역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GVC·Global Value Chain)에서 중국 배제를 시도하면서 중국이 차이나공급망(CVC·China Value Chain) 구축에 나선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공급망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기술자립'과 '국산화'다. 결국 CVC 구축이 본격화될수록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 대중 중간재 수출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한중수교 서른 살, 이제 잔치는 끝나고 냉엄한 현실과 마주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우리가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완제품을 미국·유럽으로 수출하면서 '윈윈(Win-win)' 효과를 창출했던 한중 경제관계는 상호보완 구조에서 경쟁 구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은 배터리,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이미 한국의 경쟁자로 부상했거나 부상할 전망이다.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쟁을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