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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넷째)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페터르 베닝크 ASML CEO, 마르틴 판덴 브링크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제조 핵심장비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글로벌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을 2년 만에 다시 찾은 데 이어, 네덜란드 총리와의 접견에서도 ASML 장비를 주요 화두로 꺼낸 것이다. 14일(현지시간) 이재용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페터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마르틴 판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나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미래 반도체 기술 경향, 반도체 시장 전망,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이번 방문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함께 했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인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노광공정은 반도체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단계인데, 이 회로의 선폭이 가늘수록 고성능·고용량·저전력 반도체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불화아르곤을 사용했는데 7나노(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공정에서는 이보다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이 필수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미세공정 경쟁을 하고 있는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 등에 ASML의 EUV 노광장비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업계에 따르면 ASML이 연간 생산할 수 있는 EUV 장비는 50대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이 주로 공급받아왔는데, 최근 인텔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하면서 경쟁자가 늘어났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도 미세공정에 EUV 장비를 필요로 하면서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도 ASML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넘쳐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ASML 장비 확보를 위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 일정의 핵심 방문지로 ASML을 다녀온 것은 보다 원활하게 장비를 공급받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평택 3공장(P3) 완공을 앞두고 있고, 4공장(P4) 건설도 이미 시작했다. 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데도 착수했다. EUV 장비가 적절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공장 가동 시기를 늦춰야 할 판이다.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25대, 올해 18대의 EUV 장비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숫자를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자인 TSMC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을 통해 삼성과 ASML의 파트너십이 더욱 공고해졌을 것"이라며 "장비 확보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난 뒤 삼성과 네덜란드의 오랜 협력과 우정에 대한 감사의 뜻을 각인한 12인치 웨이퍼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이날 ASML 방문에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16년 9월 뤼터 총리의 방한 이후 6년 만이다. 뤼터 총리는 차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으로 거론되는 등 유럽 내 힘 있는 국가 수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면담에서 반도체 관련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과 함께 ASML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간)에도 반도체 행보를 이어갔다. 벨기에 루뱅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를 방문해 뤼크 판덴호버 CEO를 만난 것이다. 이 부회장은 IMEC에서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외에 인공지능,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분야 연구 과제에 대한 소개도 받았다. 이들 기술은 삼성이 미래사업으로 꼽고 있는 것과 결을 같이한다는 설명이다.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특명'을 내린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로 내정된 박성중 의원과 동료 의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22일 평택캠퍼스를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