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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구조조정 사실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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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석유화학은 반도체와 함께 오랫동안 한국의 '수출 효자'였다. 2000년 수출 90억달러에서 2024년 500억달러까지 성장하며 주요 품목 3위를 지켰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해 중국의 에틸렌 생산설비 규모는 5000만t을 넘어서 10년 만에 3배로 커졌고, 이미 글로벌 수요보다 30% 이상 베트남증권
과잉생산되고 있다. 대규모 정유·석화(COTC) 통합 플랜트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중동 국가도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면서 생산단가를 한국산의 절반 가격으로 낮춰버렸다. 결국 우리는 저유가에 과잉공급이 겹쳐 수출단가가 1년 새 13%나 떨어졌고 수출액도 30억달러대로 10%나 하락했다.
석유화학업에 대한 위기의식은 지난 2020년대 초부터 제4이동통신수혜주
확대됐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글로벌 수요에 따라 석유화학 경기가 좋았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면서 업계는 물론 정부도 산업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은 고용유발 효과가 조선·철강·자동차에 비해 낮다는 점도 정부가 구조조정에 느슨했던 이유로 꼽힌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미 설비의주식테마
최대 40% 이상을 놀리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최근 국내 석유화학 시설을 24% 줄여야 한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李 정부 제조업 재편 첫 시험대
우리가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석유화학 강국인 일본도 긴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이 고육책으로 꽁머니릴게임
꺼낸 것은 공동 운영과 감축이다. 유한책임사업조합(LLP) 방식인데 다수의 기업이 공동 출자해 핵심설비를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정부와 기업이 반반씩 개입한 형태다. 공정거래법 규제를 크게 손대지 않으면서 과잉설비를 통폐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묘안인 셈이다.
정부는 당국이 주도해 민간기업 설비를 통폐합하는 식의 구조조정에는 신중하다. 결과에 따른 책임 소재가 큰 데다 민간기업 간 빅딜 정책을 경험한 공무원도 거의 없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와 금융을 지원하는 판을 깔아줄 테니 업계가 먼저 통폐합에 자율적으로 합의하라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이유다.
문제는 대기업 위주로 수십년 구축된 석유화학 업계의 자율적 통폐합과 인수합병(M&A)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천NCC 대주주가 신규 투자를 놓고 싸운 것과 같이 그룹사 시너지와 이해 등이 맞물려 상징적인 몇 건의 통폐합 선언은 있을 수 있지만 온전히 자율적인 구조개편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업체 간 합병 등을 엄격히 제한한다. 수조원을 들여 투자한 대규모 장치를 폐쇄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여수, 대산, 울산 등 산업도시에 밀집된 만큼 연착륙이 아닐 경우 지역경제에 미칠 후폭풍도 변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석유화학의 골든타임이 이미 지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가 어중간하게 개입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재편의 밑그림(로드맵)을 제대로 그리고 △담합·독과점 등 공정거래법 제재 완화 △위기산업 구조조정 특례 등 법 개정 △관련 규제 폐지와 자발적 사업재편 시 인센티브 △금융 및 무역보험 특례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주력산업 업그레이드 전략을 보면 석유화학 산업은 고기능성 특화, 저·무탄소 제품(화이트바이오)으로 차별화하고 탈탄소 생산공정 전환이 시급하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범용 업스트림 생산시설 폐쇄 후 친환경·고부가사업으로 재투자하기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 간 인수합병 활성화에 필요한 법·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일본식 석유화학 재편 해법은 40여년 전 모델이고, 한국식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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