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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동화작가


연말이 되면 근처 문구점에 들러 수첩을 구입한다. 손바닥 크기보다 약간 큰 붉은색 달력 수첩이다. 굳이 붉은 색만 고집하는 이유는 눈에 잘 띄어서 쉽게 찾을 수 있고, 무엇보다 붉은색이 주는 밝은 에너지가 좋기 때문이다. 어느덧 책꽂이 한쪽에 스무 개가 넘는 수첩이 꽂혀 있다. 기록된 연도를 쉽게 알아보기 위해서 수첩 등에 연도를 표시해 두었다.
수첩을 꺼내 넘겨보면 그날 있었던 행사, 만났던 사람들, 이리저리 송금한 내역, 마트에 들러 구입한 물건들까지 작은 글씨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디지털 시대에 왜 아날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로그 방식으로 기록할까 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수첩이 좋다. 언제라도 꺼내 펼치기만 하면, 내가 살아온 역사를 한눈으로 훑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구입해 온 수첩의 맨 앞장에 나의 좌우명을 기록한다. "건강한 삶이란 모든 생명이 서로 존중하며 사는 것이다" 라고…. 사람은 물론, 주변의 하찮은 생명 바다신2게임 모두를 아우르는 나만의 철학이다. 그 아래에는 내가 새해에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적어둔다. 보통 다섯 가지 정도다. 그러고는 연말이 되면 계획했던 소망들이 이루어졌는지 되돌아본다. 안타깝게도 특별히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다만 이루려고 노력한 흔적들은 여기저기에 기록으로 남아 있다.
날마다 무엇이 그렇게 바빴던 걸까. 모임은 왜 그리 많았 릴게임손오공 던가. 이루지 못한 계획, 아쉽게 놓쳐버린 기회,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새해에는 독하게 마음먹고 몇몇 모임을 정리해야겠다고 빠르게 계산을 한다. 그런데 한 해의 끝자락에서 왜 이렇게 나 자신에게 엄격해지고 있는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베란다로 나가니, 첫눈이 골드몽릴게임 내린다. 축복처럼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분명 부지런히 살아온 것 같은데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돌아보니, 병원 다니며 이곳저곳 내 몸을 살피고 보수했던 일만이 떠오른다. '그래 긴 세월 나를 지탱해준 몸을 이쯤해서 한번쯤 보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철저하게 한해를 살아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바다이야기게임장 후회가 결코 나쁜 감정일까? 솔직히 어떤 계획을 세우고 그 일을 진행함에 있어,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손에 잡히는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그래서 연말을 보내는 마음이 이토록 허전하고 쓸쓸한 것 같다. 곰곰이 내가 왜 이루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니, 그 당시에는 몰랐던 경험과 지식들이 비로소 보이게 된다. 그만큼 나 자신이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후회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후회 속에는 내가 알게 된 정보가 있었고, 그 정보는 미래를 향한 나만의 소중한 데이터가 될 것이다. 그 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후회가 줄어들 것이고, 배움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이제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부른다. '눈이 내리네~ 당신이 가버린 지금. 눈이 내리네~.' 노래를 부르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그렁거린다.
문득 세 달 전, 우리 곁을 떠나버린 J 작가가 생각난다. 그녀가 그렇게 살고 싶었던 날들을 앞으로는 좀 더 건강하고 멋지게 살아내는 거라고, 내 후회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본다. 조목조목 따져보니 후회는 크게 줄어들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배웠던 일들이 더욱 선명해진다. '그래, 후회를 붙들고 있지 말고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로,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자. 완벽한 선택이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신년을 살아내자' 고 다짐한다.
후회는 원하는 결과가 달랐기 때문에 생긴 것이지,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주어진 여건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이해하고 다독일 때, 다가오는 2026년 새해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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